강경대열사추모사업회

유가족 인사말

1991년 4월 26일 우리가족의 행복은 송두리째 부서졌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고 불쌍한 부모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고, 고통과 설움 속에서 경대의 어릴 적 모습만 회상하며,
추억으로만 살아가야하는 처량한 부모가 되었습니다.
경대를 보낸 지도 23년. 우리 집의 희망이자 대들보인 경대가 노태우 독재정권의 무자비한 쇠파이프로 맞아
어머니와 아버지, 누나는 경대의 상주가 되어버렸습니다.
노태우 독재정권의 악랄한 만행은 전 국민의 분노를 샀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노태우 타도를 외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독재정권의 잔악성을 알리기 위해
청년, 학생, 주부 11명이 자신의 몸을 불태워
결국 노재봉 내각 총 사퇴와 백골단 해체를 이루어냈습니다.
1991년은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상 제일 많은 사람이 분신으로 항거한 분신정국의 해입니다.
이들의 희생은 이 나라 민주주의 역사를 창조했고 이들의 뜻은 이 나라 민주주의 역사의 길잡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경대에게 미안한 것은, 여전히 면목이 없는 것은 경대가 생명의 마지막에 당부한 피맺힌 울음을
아직도 엄마아빠는 이루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반쪽의 역사만으로 세상을 굴러가려는 절름발이 대인들의 추한 장단에 아직도 몸이 흔들리는 이 나라,
이 민족과 민중들 틈에서 마땅한 무언가로 그들을 어쩌지 못하였음이 이다지도 원통하고 분합니다.
서럽게도 세상은 경대와 11명의 고귀한 희생을 잊어가는 것 같아 경대의 모습이 아른거릴 때 마다 눈시울만 적십니다.
엄마, 아빠, 누나는 기억합니다. 경대가 울부짖던 그 외침을.
생명의 끝자락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민주화와 통일의 길을,
이제는 하늘에서 외치고 있을 경대의 고귀한 정신과 뜻을 영원히 잊지 않고 끝까지 싸워 이루어 내겠습니다.
우리 경대를 비롯한 1991년 5월 열사들의 정신을 모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어농리 104번지에 민주화 운동 기념공원을 조성했습니다.
이곳은 이 땅의 인권, 민주, 통일 교육의 현장으로 열사들의 정신이 후손들에게 길이 남겨질 것입니다.

강경대 부모, 누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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